1. 줄거리
1980년대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에 위치한 흑인 빈민가 리버티 시티에서 홀어머니와 살아가는 샤이론. 왜소한 몸집과 소심한 성격 탓에 친구들에게 늘 왕따를 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쿠바 출신 후안이라는 마약 거래상이 자신의 마약 창고에 샤이론이 숨어있는 걸 발견하게 되고, 샤이론에게 아버지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어머니는 점점 마약중독자가 되어가고 샤이론의 인생은 더욱 힘들어진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이자 흑인, 동성애자인 소수자. 샤이론의 삶은 차별과 편견으로 가득 찬 타인들의 시선에 점점 힘들어진다. 후안과 그의 여자친구 테레사는 실질적인 부모 역할을 하며 샤이론을 돕고 “달빛 아래에선 모두가 푸르다”는 후안의 말처럼 샤이론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2. 인물의 성장을 중심으로 한 플롯 분석
이 영화는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소년 리틀, 청년 샤이론, 어른 블랙. 언뜻 한 명으로 보이는 포스터(세 사람의 모습을 하나로 합쳐서 만들었다)의 세가지 색깔처럼 3개의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인생을 다룬 영화다.
<영화에 드러난 색상의 의미>
평등을 상징하는 ‘블루’의 리틀, 불안, 갈등을 상징하는 ‘레드’의 샤이론,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블랙’을 통해 점차 성장해 나가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영화 <블루>, <화이트>, <레드> 3색 시리즈를 통해 프랑스 3대 혁명 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를 표현한 키에슬롭스키의 작품과도 유사하다. 키에슬롭스키는 <화이트>를 통해 ‘평등’을 표현한 점이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문라이트라는 제목처럼 색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데, 마약상 후안의 차량이 파란색인 것과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을 피해 달아나는 샤이론의 책가방이 파란색이고, 샤이론을 괴롭히는 친구의 가방이 빨간색인 것과 샤이론 엄마의 의상이 처음에는 파란색이었다가 마약에 점점 중독되어가면서 붉은색 의상으로 변하고 있고, 거실의 색상도 처음엔 파란색이었다가 엄마가 샤이론에게 소리를 지른 날엔 빨간색 조명으로 붉게 번져 있는 것을 보면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후안이 샤이론에게 수영을 가르쳐주는 장면을 푸르스름한 달빛이 번지는 가운데 표현한 것을 보면 ‘블루’는 평등을 상징하고, ‘레드’는 불안과 업악, 갈등을 상징하는 색임을 알 수 있다.
<인물의 성장>
1부는 리틀(소년)의 이야기다. 마약에 찌들어가는 홀어머니와 유약한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 틈에서 힘겹게 살아가다가 아버지 같은 존재인 마약상 후안과 어머니 같은 존재인 후안의 여자친구 테레사를 만나면서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따스함을 배운다. 마약에 빠진 홀엄마는 어린 샤이론을 방치하고 철저한 외로움과 친구들의 괴롭힘 속에 샤이론은 어느 곳 하나 마음 둘 곳이 없다.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피해 숨어 들어간 창고. 그곳은 다름 아닌 마약상 후안의 마약창고였다. 샤이론이 마약창고에 숨어든 것은 세상에 대한 회피를 뜻한다. 후안이 마약창고의 문을 뜯어 버리고 밖으로 나와도 된다고 말하는 것은 세상 밖으로 스스로 걸어 나오라는 의미이다. 푸른 바닷가에서 샤이론에게 수영을 가르키는 것은 세상에 대한 적응을 의미한다. 일렁이는 바닷물은 세상에 대한 공포를 뜻하고 수영을 배워서 물살을 가로질러 가는 것은 세상에 대한 적응과 성장을 의미한다. “달빛 아래에서는 흑인도 파랗게 보인다”는 후안의 말에서 블루는 평등을 암시하는 색임을 알 수 있다. 이 바닷가씬은 마치 세례식을 거행하는 느낌마저 준다. 성경에서 세례의 의미는 "옛 사람을 버리고 새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2부는 샤이론(청년)의 이야기다. 여전히 어릴 때와 비슷한 처지로 괴롭힘은 여전한 미숙한 청년의 모습으로 살아가던 샤이론은 자신을 지탱해주던 후안의 죽음으로 더 괴로운 상황이다. 마약에 빠져 tv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까지 팔게 된 엄마는 어느 날 밤, 샤이론에게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 바닷가를 찾은 샤이론은 우연히 친구 케빈을 만나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게 된다. 하지만, 믿었던 친구 케빈마저 일진에게 협박당해 샤이론을 구타하는 배신을 하게 되고, 결국 스스로를 걷잡을 수 없게 된 샤이론은 지금껏 살아왔던 자신을 부정하고 처음으로 폭력을 휘두른다. 얼음물로 상처를 씻으며 이성을 찾으려 애쓰던 샤이론은 교실로 찾아가 일진을 의자로 내려치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3부는 블랙(어른)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의 샤이론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생전의 후안처럼 근육질의 몸이 되었지만 여전히 엄마가 소리지르는 악몽을 꾸고, 자신이 그토록 싫어했던 마약을 팔게 된다. 그의 차에는 후안처럼 왕관 장식이 있다. 결국은 샤이론도 마약상으로 일하다 죽은 후안과 같은 운명을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재활원에 있는 엄마는 계속해서 전화를 하고 샤이론은 받지 않는다. 요리사가 된 어릴 적 친구 케빈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엄마 전화인 줄 알고 받게 된다. 다음 날 얼음물로 얼굴을 씻던 샤이론은 재활원에 찾아가 엄마와 화해를 하고 그녀를 용서한다. 역시 케빈이 일하는 식당에 찾아가 그와 해후하고 “넌 누구야? 넌 누구지 샤이론?” 이라고 묻는 친구의 질문에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영화 내내 주인공이 무너지기 쉬운 환경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 속에서도 삶에 있어 주체적인 태도와 희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영화 속 대사처럼 살다 보면 내가 무엇이 될지를 선택할 순간이 온다. 그리고 반드시 내가 선택해야 한다. 가난하게 태어났다고, 유색인종 흑인으로 태어났다고, 혹은 게이로 태어났다고 해서 반드시 정해진 결말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기대하는 대로 살아서는 안 된다. 테레사의 대사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고개 숙이지 말고 사랑과 자부심을 보여야 한다. “달빛 속에서는 흑인 아이들도 파랗게 보인다”는 대사의 의미는 달빛 아래에 서는 유색인종, 성소수자를 넘어서 누구나 평등하게 물들 수 있다는 관용을 뜻한다. 달빛 아래에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스스로를 망각하지 않게 만들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며 언뜻 상실한 것처럼 보였던 샤이론의 달빛은 오랜 친구였던 케빈의 도움으로 회복되고, 먼 길을 돌아왔지만 비로소 자기 자신의 달빛을 스스로 마주하게 된다. 이제 비로소 그는 샤이론이 된 것이다.